수출 대금 못 받은 기업도 속출…"1년치 영업이익 한 번에 떼였다"

입력 2019-05-06 17:27   수정 2019-05-07 09:12

현지서 입금했어도 전달 안돼
미지급금 100여社 1600억 규모



[ 김재후 기자 ] 국내 100여 개 수출기업은 지난해 이란으로 수출하고도 1600억원가량의 수출대금을 여전히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대(對)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하면서 그동안 원화 결제를 해오던 이란 멜라트은행의 원화계좌가 동결됐기 때문이다.

철강과 코일류 등을 수출하는 H사는 대표적 피해 기업 중 하나다. H사는 이란 제재에서 한국이 예외국으로 인정될 당시인 지난해 4월 이란의 한 회사와 44억원어치의 스테인리스 파이프 수출 계약을 맺었다. 수출품을 실은 배는 지난해 10월 이란으로 출발했고, 다음달 물건은 이란에 도착했다.

하지만 수출대금은 아직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6일 미국 재무부가 멜라트은행을 포함한 이란 은행들을 제재 기관에 포함하면서 원화계좌가 동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란의 수입상은 대금을 이란 중앙은행에 입금했지만, 한국의 멜라트은행의 계좌가 동결되면서 H사에 수출대금을 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란에서 한국 제품이 인기라고 해서 이란 진출을 검토하다가 처음으로 체결한 수출계약 건이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돈을 받지 못하면서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600억원, 영업이익은 30억원 정도다. 1년 영업이익보다 많은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돈을 받으러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다 보니 우리와 같은 처지의 기업이 100여 곳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못 받은 수출 대금만 1600억원을 웃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해당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수출 대금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노건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국장은 “국내 기업들이 못 받은 수출대금을 받아주기 위해 미국 재무부 등에 의견서를 작성해 보냈다”며 “이란의 미지급 대금은 이란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미 정부를 적극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화계좌 동결 조치를 풀어주는 등의 결정은 미국 재무부보다 백악관 등이 정치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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